봄의 초대

자석(磁石)에 빨려드는 쇠붙이도 옆에 '다이아몬드'가 있으면 움직이지 못한 채 있다가, 일단 '다이아몬드'를 치우면 곧장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의 성질이 부럽다고나 할까.
우리들 사람은 현실에 얽매여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이 끌려 다니는 삶이 인간 사회의 구조임을 부정 못하지 않는가.
한번은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이 절대 시인하면서도 천태만상의 인간사(人間事)가 어찌 그리 추하고 허황될 수 있을까?
우선 나에게 물어 보자.

쇠붙이처럼 절대 복종하는 미덕(美德)의 세계도 볼 수 없고, 그렇다고 심심산천에서 홀로 살 수 있는 동물도 아님을 깨닫는다. 더욱더 되지 못하게 나는 여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산비탈에 제일 먼저 피어나는 바이올렛이나 생각하며 무거운 머리를 식혀 볼까 한다.
남몰래 울다 떨어진 눈물 방울처럼 맺힌 근화초(槿花草)를 볼 수 있다. 그 고분고분한 향기와 감미로운 향기와 감미로운 모습은 살림하기에 여념없는 정결부인(貞潔婦人)의 청순(淸純)함을 자아낸다.
그늘에 숨어 피는 그 보랏빛 꽃은 화려하진 못하나, 그 고운 모습이 속에서 조용히 핀 상징이다. 시끄러운 세상과 등지고, 나무 그늘 아래 살며시 피어나는 조춘(早春)의 바이올렛이 마냥 그립고 기다려진다.

돈도 명예도 사랑의 번뇌(煩惱)를 이는 불씨에도 시달리지 않고 오직 마음의 청신(淸新)만을 간직한 듯한 가련(可憐)한 풀꽃이지만, 우리 여성에게 잠시나마 믿음직한 [벗]으로서 이른 봄을 틈타 살짝 그 무엇인지 정답게 속삭여 주는 꽃이다.

자석 앞에서 꼼짝 못하고 끌려가는 쇠붙이의 복종의 덕(德)과 큰 나무 그늘에만 피고 지는 바이올렛의 경건의 덕이, 오늘 우리 사회에서 강구하는 요점이 아닐까? 너무도 어지러운 이날, 남성은 자석과 쇠붙이의 생리처럼 여성은 바이올렛의 생리처럼, 웃사람은 지혜로운 양심으로 아랫사람을 아끼고 아랫사람은 웃사람을 믿고 따르며 차근차근 자기 일에 종사함이 밝고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예수님의 사랑처럼 ―

1965년 크리스찬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