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읽은 청개구리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가 지난밤 불현듯 생각났다.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말을 지긋 지긋하게 안 듣던 청개구리가 그의 어머니가 죽으며 ‘역시 마지막 유언도 꺼꾸로 들을 거라는 생각에 자기의 무덤을 개울가에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 그러나,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인지라 유언대로 개울가에 어머니 무덤을 만들어 놓았는데….’

여름이 되어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는데, 아들 청개구리는 걱정이 되어 그 어머니의 무덤을 가보니 개울물이 넘치기 시작하며 조금 후에는 엄마의 무덤이 넘치는 개울물에 떠내려 갈 신세라….

 ‘꺼이 꺼이’ 울며 왜 어머니 살아 생전에 그렇게 어머니의 말씀을 안 들었던가 생각하며 ‘개골 개골’하고 울었드랬단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어른이 스스로 되었는 줄 알고 있는 내가 한심한 생각이 들었고, 몇 년 전부터 매년 여름 장마가 끝나면 약 한~두 달 후에 오는 추석맞이 준비로 아버님 산소를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가보면 산소 앞의 어린나무 들이 흙을 움켜 쥐지 못해 장마비에 산사태 나듯이 깍여나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린나무 들이 제법 커서 든든하게 흙을 쥐고서 산소 앞이 굳건해진 것 같아 몇 년전 같은 염려는 안하고 살게 되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우리 아버지는 잔소리가 많은 편이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잔소리꾼”이라고 불러 드렸다.  나의 부모님을 생각해보면 부부간의 존중심이 덜한 부부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혹시 내가 아이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어머니 ‘흉’을 보질 않았나 하는 자책감이 생기는 것을 어쩔 것이냐?

성기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