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예 발전에 있어 선결 되어야 할 문제

한 나라의 예술과 그 감수성의 예민함은 그들의 陶器에 의하여 판단하라고 일찌기 허버트 리드는 말한 바 있다. 새삼스레 도자 예술의 중요성을 거론할 필요는 없겠으나 도예는 분명히 한민족과 늘 숨결을 같이해 왔음이 사실이다. 그만큼 생활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 공예의 사명을쫓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를 찬란한 도자기 의 나라라고 일컫더라도 그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아닌가 싶다. 청자나 백자는 고려나 조선의 것이지 결코 오늘날의 도자일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도자 전통의 나라인 한국의 도에 발전을 위해 선결 되어야 할문제를 지적하자면,

첫째, 도예 생활화의 선행이다.

아무리 많은 도예가들이 작업장에서 수없이 많은 작업을 한다할지라도 그것을 수용할 곳이 없다면 그들이 작업은 의미없는 일로 끝나고 말것이다. 해방이후 각 대학에서 많은 도예 인구가 배출되고 있지만정작 자기 작업공간을 갖고 작업하는 사람은 헤아릴 수 있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에 의해 제작된 것도 극히 일부만 일반에 수용되고 있을 뿐이다.

 여러 요인을 생각할 때 과연 그들이 정작 대학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었는가 라는 의문을 갖게 할 정도라면 하루 빨리 도자의 생활화가 이루어져 수없이 배출되는 도예인들이 각자 자기 일을 하여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겠다. 그로 인해 공방도자기가 활성화 되어가 공방에서 개성있는 작가가 나와줄 때 우리 도예의 전정한 발전의 기틀이 서서히 마련 되어질 수가 있을 것이다.

둘째는 전승도자의 제자리 찾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옛 청자나 백자를 있는 그대로 만들었다고 해서 전승도자라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 경영에만 치우치고, 우리의 청자 백자를 있는 그대로 만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수요자가 일본인인 관계로 그들의 취향에 맞추어 일본식 청자와 백자를 만들고 있다. 우리 도자의 전통을 단절시킨 그들을 위해 또 다시 우리 스스로가 우리 것을 단절시키는 과오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창작도자에서의 문제로 작가 의식의 결여가 지적될 수있다.

근년에 와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도조(Ceramic Sculpture), 오브제(Objec) 등의 경향에 쏠리고 있는 많은 작가들에게 한번쯤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대적인 흐름이 그렇게 흘러간다 할지라도 창작의 세계에서는 시대를 쫓아갈 것이 아니라 앞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미술의 역사를 가늠해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흐름에 휩싸여서는 전혀 의미없는 작업의 시간 땜질로 끝나고 말 것이다. 비근한 예로 모두가 한쪽으로만 달려 간다면 달려가는 한쪽밖에 볼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 않겠는가. 적어도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무리속에 휩싸이기 보다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표현의 방법(제작.장식.소성)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교과서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갖게 된다. 물론 이는 도자의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창작의 세계에서 모범답안이나 규칙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러한 태도는 쉽게 떨구어 버려야한다. 그러고 나면 전보다 훨씬 더 자유스럽고 폭넓은 표현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통 소성할 때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만을 생각하는데 실제 우리가 늘 사용하는 소성의 폭을 0도에서 1,260도 , 1,300도 라고 한다면 초벌구이와 재벌구이 2단계가 아닌 1300개의 단계를 표현할 수도 있는것이다.

더불어 단지 만들기만 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인식하고 나아가 역사를 의식하는 자만이 작가가 도리 수 있다. 그와 비례해 많은 작업량만이 자신을 키워 나갈 수가 있다.

넷째는 앞서 말했듯이 우리 미술문화에 있어서 도자의 비중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89서울현대도예비엔나레 세미나 주제발표문 - 한국 현대도예의 어제와 오늘 - 의 서두에서 고려나 조선조에 걸쳐 가장 뛰어난 미술의 영역으로 치부되어온 것이 도자이다. 만일 우리가 고려나 조선조에 이르는 중세나 근세에 있어 도자문화를 갖지 못했더라면 우리 미술계의 무게가 어떠했을까를 염려스럽게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도자 문화가 차지하는 영역이 비었더라면 우리의 미술문화가 얼마나 초라했을까 라고 서술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유일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수없이 많은 전시가 기획되면서 유독 도예부문에 대한 기획은 전무한지 의문스럽기 그지 없다. 근년에 미국의 현대 도예전, 일본의 비젠도자전 등은 기획하면서, 정작 우리의 도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좀더 문제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도자는 오랜기간 단절을 겪어야 했다. 도자교육은 해방이후 서양의 교육제도의 도입으로 대학에서 공예교육의 일부분으로 새롭게 시작되었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급진적인 도예 인구의 양적 신장을 보이고는 있다. 근자의 도자경향을 보면 다분히 미국과 일본의 영향이 강하게 보인다. 이는 우리나름의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인정하고라도 한 나라의 미술문화를 선도해야 할 미술관의 기획에 있어서 우리 도자에 대한 깊은 배려는 진작부터 있어야 했다.

하루빨리 미술관법이 제정되고 지역과 장르의 특성에 맞는 도자미술관이 설립되어 이 분야의 작품들을 소장할 때, 우리 도자문화는 순탄한 발전의 계기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고 선결되어야 한다는것은 다같이 동감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도예인이 아닌 다른 이들이 해결해 줄 수는 더더욱 없으며 오직 우리 도예인들의 노력에 의해서만이 점진적으로나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도예인 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기반 위에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글 : 이수종(도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