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자기 축제 이미 잘 알려져있듯이 일본은 현재, 다른 어느나라 보다도 실생활과 친밀한 도자문화를 갖고있다. 이에 필요한 도자기 생산지 역시 일본열도 전역에 걸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도자기 산지들은 대체로 옛날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도자마을로 일본인에게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생활도자기를 제공하고있다. 그리고 이 전통적인 요장(窯場)을 중심으로하여 일본에서는 거의 일년내내 도자기 판매이벤트, 혹은 좀 더 규모가 큰 연중행사인 '도자기 축제'(일본에서는 陶器市-토우키이치 라 한다)가 열린다. 각지의 요장(窯場)에서 열리게되는 도자기 축제는 지역과 해당 도자기를 알리는 좋은 홍보효과도 되어서 외부손님을 위한 여러가지 부수행사도 따르지만, 역시 가장 주된 이벤트는 평시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도자기 판매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구입자는 중간도매상을 거치지 않은 갖가지 물건을 본고장에서 보다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 반면, 생산자나 판매자로서는 평소 약간의 흠이 있어 보류해 둔 물건이나 사정이 있는 물건을 이런 기회에 풀 수 있어 서로에게 좋은 유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도자기 축제는 곳에따라 일년에 한번, 혹은 봄, 가을로 나뉘어 두번 열리는게 보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소를 옮겨 요장이아닌 대도시등에서 열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합해 일본 전국에서 1년에 대략 40여 도자기생산지(窯場)와 15곳의 비(非)요장지에서 도합 70여회 이상의 연례적인 도자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개 주말을 끼고 짧게는 이틀정도, 보통은 3-4일, 길게는 일주일정도의 기간단위로 열리며, 행사날짜는 따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4월의 몇째주 토-일요일 식이거나, 아예 몇월몇일-몇일로 붙박아둔 곳도 많다. 그러나 붙박아둔 날짜일지라도 일본의 연례적인 휴가, 혹은 공휴일과 맞물려있는 날짜여서 외래객의 시간적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전통적인 도자기 요장에서 이뤄지는 도자기 축제행사는 이미 수십여년전부터 꾸준히 행해져온 터라 부근 도시민들에게도 익숙하다.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오기도 하고 가벼운 가족단위 관광의 코스로도 즐겨지고 있다. 그러나 단지 오랫동안 해온 행사이기때문에 즐겨 찿아지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일본인들에의해 애용되고 찬미되어온 도자기라는 실체의 문화가 있었음으로 해서 가꿔져온 행사라 할 수 있다. 도자기를 좋아하며 일상생활에서 직접 쓰는 사람들과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제작물의 공급,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잘 기획된 유통이 일본에 있어서의 신선한 도자문화를 낳고 있으며, 이로인해서 몇십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행사로 이어져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도자기 축제에서 주로 취급되는 물건은 대체로 '이급품(二級品)'이다. 물건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품(일급품)은 평시에 제값의 거래가 이뤄지는게 일반적이다. 이에비해 약간의 흠은 있으나 눈에 잘 띄지않고 사용상에 문제가 없는 것들이 소위 이급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것을 생산지에서는 1년동안 잘 두었다가 이러한 행사시에 팔고 있다. 일본의 요장에서 열리는 도자기 축제는 보통 그러한 이급품의 처리(?)로부터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만들어 간 행사가 아니라 생산지의 이급품을 싸게 판매하는 시기가 일반인들의 호응으로 점차 규모가 커지고 오늘과 같은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일본의 전통적 요장들은 각각 소지(素地)와 제작방식, 그리고 도자기의 특색을 달리하고 있어서 그것 자체가 다른 지역의 행사와는 구별되는 볼거리,살거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물건이건 음식이건 그 본래의 생산지랄까 본고장에 가야 제대로된 것을 접할 수 있다는 일본인들의 호기심도 발길을 직접 생산지로 향하게 하는 동기중의 하나인 것 같다. 따라서 지역의 도자기만이 아니라 지역의 특색있는 반찬거리나 과자등 먹거리의 판매도 여기저기서 같이 하고 있어서 돌아가는 손님들이 선물거리로도 많이 구입한다. 재미있는 것은 김치가 그런 판매물중에 많이 보이는 사실이다. 물론 그 지역의 특산물은 아닐테지만 그만큼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별스런 음식인 모양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자기축제 행사장에 반드시 그곳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만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행사규모가 클수록 역시 외부에서 들어온 노점상이나 가판상들도 많아 타 지역의 도자기들도 함께 팔고 있다. 행사중의 도자기 판매가는 보통 일급품의 반값이나 1/4정도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수공작업이 많이 들어간 것이나 어려운 기술이 구사된 물건일수록 가격은 높아진다. 대개 판매점의 길밖에 나온 물건일수록 기계로 복제성형한 싼 것들이고 가게의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수공의 물건이나 일급품의 것들이 많아진다. 물건마다 적혀있는 가격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 여간해서는 물건흥정이나 깎아사기가 쉽지않은 일본이지만 판매상과 애기만 잘 되면 할인은 물론 덤까지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보통 위와같은 형태의 도자기 축제 중에서 간단히 두곳의 행사를 예로들고자 한다. 하나는 자기(瓷器)의 전통적인 고장 '아리타(有田)'이며 다른 하나는 비교적 역사가 짧고 수도 도쿄에 인근한 '마시코(益子)'이다. 가장 규모가 큰 행사중의 하나로는 큐슈지역의 '아리타(有田)'를 들 수 있다. 이곳은 이미 한국에도 익히 알려져있듯이, 임진왜란때 끌려온 조선도공 이삼평(李參平)에 의해 일본에서는 처음 자기(瓷器)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상회자기(上繪瓷器)로 유명한 곳이다. 이미 100여년의 연륜을 지닌 아리타 도자기축제는 매년 4월29일에서 5월5일까지 7일간(이 시기는 골든위크라해서 연휴가 이어지는 때다) 열리는데 이때가 되면 일본 전역에서 많은 도자기 애호가들이 몰려든다. 인구 1만3천명의 작은 마을에 행사기간중 80만명의 손님이 올 정도로 매우 혼잡해진다. 이때 마을의 길가 5ｋｍ에는 600여점포가 늘어서 왁자지껄한 축제분위기를 이룬다. 지역의 어린학생들도 자원봉사에나서 마을 밖의 주차장 안내등 각종 서비스에 나선다. 약5000여대 수용가능하다는 주차장에서 마을 안까지 셔틀버스가 손님들을 실어나르며, 기차로 오는 사람들도 많다. 행사시의 모든 판매점포은 행사협회에 등록되어 있다. 물건구입시 점포의 이름이나 등록번호를 적어두면 추후 깨지거나 더 사고싶을때 아리타상공회의소에 문의해 같은 물건의 구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번잡한 판매장을 벗어난 사람들은 마을인근의 큐슈도자문화관이나 아리타도자미술관, 아리타민속자료관등 주변에 산재한 크고작은 13개의 미술관,참고관으로 볼거리를 찿아가기도 한다. 이런 미술관만이 아니라 마을회관등 공공장소를 빌어 특별행사로 지역의 관계된 여러가지 테마로 기획전시및 판매전도 열리게 된다. 또한, 도자기 제작현장에 직접 견학, 탐방도 할 수 있도록 지역의 전통적인 도자기 공방이나 공장도 오픈된다. 이때 해당 공방이나 공장은 각각의 특징적인 제작방법이나 제작품목등에 따라 선별된 곳으로 손님들은 각자 관심있는 제작장으로 갈 수 있다. 예를들어 상회기법을 중심으로 시연하는 곳, 수공의 식기를 중심으로 안내하는 곳, 일품적인 고가(高價)의 도자기가 중심인 곳 등등 각기 작은 테마별로 구분되어져 있다. 이러한 안내는 현지에서 배포되는 친절하고 자세한 행사안내지도와 안내서,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 '아리타'가 400여년의 전통을 가진 요장이면서도 지방의 오지(?)에 속하는 곳에 위치했다면, 이와는 반대로 '마시코(益子)'는 도쿄라는 큰 시장을 지척에 둔 비교적 신생의 도자기마을이다. 이곳은 원래 예전부터 민중적인 소박한 질그릇을 만들던 곳인데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와 절친했던 민예운동의 실천적 도예가 하마다 쇼지(濱田壓司)가 70여년전 이곳에 들어와 작업하면서부터 널리 알려지게된 곳이다. 일본의 요장은 대개 일본의 서쪽(큐슈나 관서지역)에 몰려있어 토쿄를 중심한 관동지역은 전통적 요장이 드문 편이다. 그런 중 토쿄에서 북쪽, 차로 약 2시간 30분정도 걸리는 토치키켄( 木縣)에 속한 마시코는 관동지방의 대표적인 도자기 산지이자 민예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마시코는 수도권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선지 약 35년전부터 열리고 있는 도자기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곳에서는 이 지역의 철분이 많은 거친흙으로 만들어진 도기, 혹은 서양식 구분으로는 석기(石器)가 주종이다. 관동지방은 이처럼 자기보다는 도기가 생활 용기로서 보다 친숙하다. 도자기 축제는 봄(4월29일-5월5일)과 가을(11월3일-5일)에 나뉘어 크게 열린다. 그 외에도 1월과 8월의 추석을 전후해서, 그리고 11월 말에 앙코르 도자기축제등 작으나마 3번의 행사가 더 있다. 마시코에는 하마다 쇼지등 이곳의 유명 도예가에 영향받아 모여든 각지의 도예가들이 새로운 경향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어 민예풍의 것만이 아닌 다양한 작풍(作風)의 것이 혼재한다. 그러나 약 400여개에 이르는 공방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판매, 소비되고 있다. 타지(他地)에서는 물론 가까운 토쿄에서도 마시코 도자기는 찿아보기 쉽지 않다. 이점이 직접 마시코에 가서 쇼핑하는 의미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작품들 역시 타지의 그것과는 다른 디자인을 보여줌은 물론이다. 현지의 상설 판매점은 보통 큼직한 별채의 건물로만 약40여 점포가 있는데 각각 취급품목이나 작가, 또는 디스플레이등 성격을 약간씩 달리하고 있어 개성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도자기공판장이 있어 싼값의 물건을 대량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마을의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각 요장과 직영하는 판매점앞에는 각지에서 온 단체 관광버스가 늘어서 있다. 이런 사이사이에 일일 도자기체험교실이나 견학가능한 공방, 그리고 하마다 쇼지의 생전의 작업장과 집, 그의 수집품을 이용해 공개한 참고관, 지역과 지역도예가를 소개하는 마시코도예관, 주변에 산재한 깨끗한 공원등이 자리하고 있어 축제행사의 번잡함을 피할 수 있음은 물론 평소에도 피크닉장소로도 찿아지는 명소가 되어있다. 이처럼 일본의 도자기 축제는 전체적으로 활발한 생활도자문화를 바탕으로 안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은 10년간 이어진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도자기시장도 전과같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변화 이외에도 맨션형 주거공간으로의 급속한 변화와 젊은세대를 위시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등도 한 몫하고 있다. 더우기 그동안 일본식 식기중심의 보급도 포화상태에 가까워 새로운 생활감각과 필요에 대응하는 공예품의 개발이 현실로 다가온 일본이다. 필자약력정희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도자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공예과 도자전공 졸업 일본 동경예술대학 도예연구실 연구생 수료 現, 일본 동경예술대학 대학원 도예전공 박사과정중 월간도예 일본리포터 前, 가야대 요업디자인과 전임강사역임 경원대,창원대,부산여대 강사역임 월간도예2000년 10월호 발췌
|
2021년 06월 09일 (수) 08:23
커뮤니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