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가마 앞에서 밤 새워 앉은 신승복에게는 가마 안에서 타고 있는 소나무 장작에 버금가는 에너지가 이글거린다.  소나무 장작의 화기가 토기를 품고 용트림 칠 때 신승복은 세상을 품고 이글거리고 있다.

고화도환원번조(高火度還元燔造)의 가마에서 자연히 생기는 재티가 고온의 토기표면에 내려앉아 규사질(硅砂質)과 합쳐져 녹아 자연유(自然釉)가 되어 백제토기가 뜨거운 불 속에서 태어난다.  토기의 자연유약 성분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잿물(灰釉)이다. 이 잿물을 토기표면에 바르고 고온으로 구워낸 것이 회유토기가 되었고, 이 회유토기가 청자의 시초가 되었다.

백제토기는 잿물이 아닌 소나무장작의 재티가 자연유(自然釉)가 되어 만들어 지는 지독히 고집스러운 원시적 방식으로 재현 된 우리의 도기문화자산이고 유서 깊은 문화민족 자긍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완형이 출토 되지 않는 수 천년 된 백제토기를 고고학계와 함께 치열한 고증작업을 거쳐 이러한 옛 제작방식으로 재현한 백제요의 독한 옹고집은 신승복의 에너지가 으뜸가는 땔감이 되어 실현되었다.  세상을 향하여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에너지를 모아 백제토기 하나에 초점을 맞춘 신승복은 토기의 완벽한 자연친화적인 기능과 세상의 모든 색깔을 품어 주고 돋아 주는 토기의 검은 색을 깊고 넓게 현재 세상과 잇기 위해 소나무 장작과 함께 이글거리고 있다.  토기로 현대도예 작업에 몰두한 신승복의 에너지가 보고 있는 이들의 행복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2009년  2월  

                                             회장 성기범

                                             금실문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