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자기 축제

 도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전시, 판매, 시범, 강연, 정보교환을 하며 도자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넓은 의미에서 도자기 축제라고 칭할 수 있다. 더 정확히 구분한다면, 판매에 중점 두지 않고 학술적인 성격을 더 강조하면 학회(Conference)라고, 전시·판매를 위주로 하면 축제라고 (fair 또는 festival) 부를 수 있겠다. 엑스포(Expo)라고 하면 위의 모든 것을 망라한 행사일 것이다. 한국의 도자기축제와 비슷한 행사들 중에서, 미국 전역에 잘 알려져 있고, 역사가 오래고 규모가 크며, 도자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NCECA, CCACA, ACC Crafts Fair, SOFA Expo 등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 NCECA(National Council on Education for the Ceramic Arts)

국제적인 규모와 34년의 역사를 가진 NCECA는 동부의 미국도자회 (American Ceramic Society) 의 한 부서( Ceramic Education Council) 이었었지만, 1967년 따로 독립한 후, 서부를 중심으로 열리던 "흙의 축제 (Mud Fest)" 와 합치면서 지금의 세계적인 도예행사로 발전해 왔다. NCECA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자예술 전반에 기여하고 있다

장소를 바꾸어 가며 매년 3월말에 열리는 연례총회 및 행사에는 도자기에 관심 있으면 누구나 $150의 회비로 4일간 행사에 참여하고 일년간 회원으로 학회지, 4번의 뉴스레터, 학회멤버 명단을 배달 받는다. 일부만 참가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 1일 50 불의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매년 30여 개 나라에서 3500명 정도가 참가하고 있다.

행사로는 강의, 시범, 전시, 슬라이드로 작가소개, 정보교환 광장, 중견작가 작품 기증 경매, 장학금 모금을 위한 컵 기증 경매, 상업전시 및 판매 (도자기구 ,도예서적, 유약재료), 비상업적 전시(학교, 사립공예기관, 공방) 등이 있다. 시행되고 있는 강의 및 시범은 거의 일년 전에 제출하여 심사 후 선정된다.

수요일 저녁 개막에 앞서 아침부터 여러 버스 노선을 이용하여 갈 수 있는 전시가 (30여 개) 인근 학교 및 화랑에서 열린다. 목·금 양일은 매시간 서너 개의 다른 강의실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강의, 토론, 시범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외국작가와 대학생들은 "자유 슬라이드쇼"에 사인·업하여 작품 슬라이드를 15분 간 보여줄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상업 전시장을 들려 새로 나왔거나 개조된 가마, 물레 , 판상기계, 토련기, 작은 손기구, 상업 유약등을 구경할 수 있다. 많은 도예 재료 상들이 학회중 주문 시엔 20% 정도의 값을 디스카운트해 준다. 새로 나온 책들을 직접보고 사거나 주문하고, 도예잡지를 구독신청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금요일 오후에는 15개 정도의 다른 주제로 나누어 Forum 형식으로 토론 및 정보교환을 한다. 금요일 저녁에는 생음악 및 댄스가 있는 흙의 축제를 즐긴다. 토요일 아침에는 전 회원이 한 자리에 모여 슬라이드로 신인작가 소개를 보고 임원 선거로 오전 중에 학회를 폐막한다

2. CCACA (California Conference for the Advancement of Ceramic Arts)

NCECA 와 비슷한 학회 형태로 열리지만 그 규모가 훨씬 적어 300명 내지 400명 정도 참석하는 특색 있는 모임이다. 데비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niversity ofCalifornia, Davis) 근처에 있는 죤·낫슈라스 갤러리 (John Natsoulas Gallery)가 지난 10년 가까이 주최해 왔다. 이 대학은 인체를 테마로 하는 도조를 크게 일으킨 로버트·아너손이 (작고) 교수로 있던 곳이다. 강의, 전시, 시범의 주제는 주로 인체를 테마로 한 도조와 도자기 타일을 이용한 건물 설치에 두고 있다. 매년 5월에 열리는 이 행사는 강의·시범 프로그램은 좋으나 전시 수가 적은 것이 아쉬운 점이다.

3. 미국 공예협회(American Crafts Council) 주최 공예전시판매 (ACC Crafts Fair)

ACC 주최로 공예가와 구매자, 화랑을 직접 연결하고 일반 관중이 공예감상을 쉽게 한곳에서 하자는 의도로 26년 전에 시작되었다. 현재 여덟 도시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도예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금속, 섬유, 목공, 유리 공예가 같이 자리를 하므로 도예만을 따로 하는 행사보다 규모가 크고 폭넓은 관중이 참석하게 된다. 도예에 관심이 많지 않던 관중에게 도예를 홍보 할 수 있는 기회이다. ACC 의 엄격한 작품심사 기준, 오래된 전통과 폭넓은 홍보가 성공적인 행사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

열리는 도시에 따라 도매나 소매만 있는 경우와 도매·소매를 같이하는 경우도 있다. ACC에서 보내온 서류를 보고 날짜, 도매, 소매 가능성에 따라 가고싶은 도시를 결정한 후에 슬라이드를 보내 작품 심사를 받는다. 한사람 당 빌리는 장소는 3m x 3m 정도이며 판매량, 관람객이적은 행사장소는 3일 행사간 600불 정도이다. 볼티모어 (Baltimore) 겨울행사 같은 맘모스 축제에는 6일간 도매·소매는 1,500불, 3일간 소매는 1,000불 정도의 장소비를 낸다.

가장 규모가 큰 볼티모어 행사에는 작가가 1000명 이상 참가하며, 관람객이 4만 명 정도다. 판매량은 도매가 2천2백만불, 소매가 7천만불 정도. 가장 작은 규모의 노스·캐롤라이나의 샤로트 (Charlotte, North Carolina)는 공예작가 225명이 참가하고 관중이 7000명, 소매가 1백만불이 조금 넘는다

거의 모든 행사가 큰 컨벤숀센터에서 열리며, 관람객에게 소정의 입장료를 받는다. ACC 는 참가작가 명단과 장소 등이 적힌 책자 발간, 배부, 및 홍보를 해 준다. 전시 장소가 좁고 수송이 힘들어, 비록 소매라 하여도 주문만 받고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주게 된다. 일년간 바쁘게 작품 생산을 해야할 만큼 주문을 받는 작가들이 많다.

4. SOFA Expo (Sculpture, Object, Functional Art): 시카고(Chicago)와 뉴욕(New York)워싱톤대학(Washington University) 미술대학 교수를 지낸 마크·라이만(Mark Lyman) 교수가 공예와 조각의 다리를 놓아주기 위해 1993년부터 시작한 연례 행사이다. 지금은 라이만교수가 세운 회사(Expression For Culture Inc.)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ACC 공예전시 판매가 전통적인 관념의 공예품을 위주로 한다면, 이 행사는 순수예술로 간주되는 조각적인 도예, 금속, 유리 ,나무, 섬유를 권장하고 있다. 재료 자체보다는 아이디어나 개념을 위주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행사에서도 도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행사는 시카고의 Navy Pier 와 뉴욕의 Armory에서 열리는데 위에 해당한 작품을 취급하는 명망 있는 화랑들이 공간을 빌려 3일간 전시, 판매, 작가강의, 시범 등의 행사를 벌린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남미, 유럽, 아시아의 화랑들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11월3일부터 5일까지 있을 시카고 SOFA에는 6개 중요 영국화랑들의 참여로 서양 현대도예를 잘 대표하는 좋은 전시가 예상된다.

5. 작은 규모의 지방 축제

지역별로는 작게 학교를 중심으로 한 시범, 강연, 전시를 하는 축제들이 있다. 지역단체를 중심으로 열리는 판매, 전시를 중심으로 한 축제인 경우에는 도자기는 미술, 공예 축제의 한 분야인 경우가 많다. 작가가 살고있는 남가주에도 산타 모니카(Santa Monica), 라구나 (Laguna) 축제는 오랜 전통과 많은 관람객을 동원하고있는 연중 행사이며, 도자기는 그중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도시의 허가를 받아 다운타운 중심가의 길을 막거나 큰 주차장이나 운동경기장 같은 곳에서 거행되기 때문에 거리의 축제로 불리기도 한다.

샌디에고에는 "아트워크 (Art Walk)" 및 "예술작가의 스튜디오 순방 (Open Studio)" 등이 작가와 예술애호가들의 연중행사로 되어 있다. 봄에 열리는"아트워크"는 작가들 촌 근처 거리에의 축제이며, 근처의 스튜디오와 임시전시를 순회할 수 있다. 심사를 거의 안하고 하는 행사라 작품의 질에 차이가 많다.

가을에 열리는 "스튜디오 순방"은 3주말에 걸쳐 지역을 나누어 관람자가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노선으로 정리되어 있고, 보통 관람자들 자신이 교통편을 마련한다. 참가하는 작가들은 슬라이드로 작품, 작업장 심사를 거치어 80불 정도의 도록 제작비를 부담하며, 관람객의 방문, 대담, 구매를 허용한다. "스튜디오 순방" 행사는 필자가 아티스틱·디렉터로 있는 샌디에고예술가협회가 (COVA: Combined Organization for Visual Arts) 주최하는 연례 행사이기도 하다. 이 행사는 또한 수집가, 작가, 평론가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작품 수집에 여러 정보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상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자 관련 축제 행사들을 간단히 소개했다. 종합해 보면, 예술·기술·학술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NCECA나 CCACC 같은 행사는 전문적인 도예만의 행사가 되겠지만, 많은 관람객 동원이나 판매전시를 도모하려면 좀더 다양한 공예나 미술축제 행사를 병합해야 할 것이다.

필자약력

박윤정(Yoonchung P. Kim)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 졸업

현재 San Diego City College 미술학과 교수

샌디에고 공예가 협회 회장역임

샌디에고 미술가 협회 Artistic Director

월간도예 미국 리포터

Pacific Asia Museum, 테네시주립 미술관, 서울시립 미술관, 호암미술관 소장

1999년 갤러리 현대 초대전

미국서 개인전 9회

미국서 단체전, 공모전 70여회 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