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은 아무래도 햄버거, 피자, 직장 근처의 중국집 테이크아웃 음식, 델리가게에서 산 햄 샌드위치 등 패스트푸드가 아닐까.  사람의 기본적인 다섯 가지 욕심(먹는 것(食欲), 물건(物欲) 수면(睡眠欲), 명예(名譽欲) 성욕(性欲)) 중에 하나 인  식욕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절대 조건이다.  식욕이나마 잘 챙기고 사는 것이 일생을 살아 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하다. 
불과 반세기 전까지 한국은 전체 인구 중에 농촌에 사는 인구가 거의 70%로 가장 많았다.  60년대 들어 와 경제개발이 본격화 되기 전까지 농경사회의 틀을 유지하며 대가족제도가 일반적이던 시절에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사회적 장치와 제도로도 모두 화기애애하게 살았던 한국인이 세계적으로 성질 급하고 “빨리 빨리” 병에 걸린 환자가 된 것이 모두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최단시간에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이루어 낸 반대급부가 아닐까.
“빨리 빨리”의 지존 중에 하나가 ‘패스트푸드’라 할 만하다.  패스트푸드 업체가 연구하는 것이 주문을 받으면 일률적으로 입에 딱 맞는 음식을 최단 시간에 조리 해 제공하고 이 음식은 체면이나 다른 장애요소 없이 어디서나 구애 받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빨리빨리지존’으로 추대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미국에서 태어 난 햄버거의 특징과 태생적 조건이 하던 일을 중단하지 않고도 한 손을 이용해서 끼니를 때우는 데 있다고 하니 햄버거가 패스트푸드의 원칙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느긋하게 이웃 집 끼니 걱정까지 하면서 살던 나라가 경제개발의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면 여지없이 제일 먼저 받아 들이는 것이 미국문화의 상징인  맥도날드, 캔터키치킨, 코카콜라 등 패스트푸드이다.  경제개발에 휩쓸려 국민 모두가 낙오하지 않으려고 헐레벌떡 뜀박질을 시작하고 한참 뛰다가 보면 “지금 뭐 먹자고 이렇게 뛰고 있나” 싶어 쉬었다 가고 싶어진다.  경제개발로 이미 윤택해진 생활과 비례해서 각박해진 사회생활로 잠시나마 예전처럼 느긋하고 이웃과 격의없이 살던 생활이 아쉬어 지게 마련이다.  이와 함께 인공조미료와 동물성 지방으로 범벅하여 입맛에만 딱 맞춘 음식보다 엄마가 해 주는 음식처럼 정겹고 개운한 음식이 제일 그리워 지게 마련이다.   미국에 이민와서 사는 우리가 한국음식이 그리운 것이 이래서 아니겠는가. 

웰빙(Well-being)의 중심에 서 있는 슬로우 푸드(Slow food)는 패스트푸드(fast food)의 반대를 뜻하는 말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Slow Food Movement)은 맥도날드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 푸드에 대한 반대에서 비롯됐다. 이탈리아의 BRA 지방에서 시작된 슬로우 푸드 운동은 20여년 전 1986년 로마의 스페인계단(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곳)근처에 미국 패스트 푸드   ‘맥도날드’가 진출하자 현 회장인 카를로스와 뜻을 같이 한 친구들이 맛을 표준화하고 전통음식을 소멸시키는 패스트 푸드의 진출에 대항하여 식사,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의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고 슬로우 푸드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전 세계 45여 개 국가에  550여 개의 지부, 7만명회원을 가진 세계적인 운동으로 발전됐다.  이들은 입맛을 표준화하고 전통음식을 없애는 패스트푸드를  하나의 폭력으로 간주하고 이에 맞서 천천히 음미하는 식사의 즐거움, 전통음식의 보존을 기치로 내건 슬로우 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989년 12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동안 파리의 코믹 오페라회의에 전세계 각국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브라질, 덴마크, 프랑스, 독일, 네델란드, 항가리,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미국, 베네주엘라의에서 대표들이 참석해 슬로우 푸드 파리 선언을 발표했는데,  이 선언은 "우리의 목적은 패스트 푸드의 표준화에 대항하여 지역 음식의  풍부함과 향기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라고 정의 했다.

미국대표인 뉴욕의 제닌 루리는  “각 지역에서 곡식을 자라게 하는 기후와 땅에 존경을 표하자”고 말했다.
슬로우 푸드 운동(Slow Food Movement)의 지침은 세 가지로 요약 된다.
①소멸위기에 처한 전통음식, 음식재료, 와인을 지킨다.
②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품질 좋은 음식재료를 제공하는 소생산자들을 보호한다.
③미래를 위해 어린이들과 소비자에게 미각교육을 행한다. 
슬로우 푸드 운동은 본부 및 지부에서 슬로우 푸드 시상대회를 비롯하여 우수 농산물과 식품을 전시하고 시식하는 미각의 전당 행사, 희귀종을 보호하는 미각의 방주 프로그램, 어린아이들에 대한 미각교육, 유전자 조작 반대운동 등을 하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대부분 고지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좋지않은 비만을 가져온다.  식당에서도 종업원과 고객의 관계를 피상적인 관계로 만든다.  패스트푸드는 차분히 앉아서 음식을 즐길 기회를 줄이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 횟수를 줄여 가족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무역에 의한 식재료 유통도 건강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장기간 물류과정으로 방부제 사용이 늘게 된다.  수입식품은 생산과정과 수확과정의 안전성 확인이 어렵다.  인위적으로 자연의 법칙을 어기면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많은 이윤을 위해 농약, 항생제, 성장 호르몬 등이 활용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과일 등 농수산물의 식재가 제철 생산 보다 사철 생산이 이루어짐으로써 우리의 식사는 일년 내내 토마토, 고추, 참깻잎, 상추, 오이 등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계절식사의 상대적 단조로움은 일년 내내 절대적 동일함과 균일함의 단조로움으로 대체되었다.  일년 내내 풍성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나 제철 과일의 맛을 잃게 되어  제철 음식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없어져버렸다.  자연의 흐름을 어기는 사철농업, 유전자 조작 농업을 많이 하는 대규모의 산업형 농업보다는 소생산자들의 소규모 농업이 더 중요하다. 소생산의 경우 영농 자체가 더 환경 친화적이며, 생산과정이 투명하고, 보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뜸을 들여 밥을 짓고 메주를 띄워 된장을 담그고 간장을 만들고, 김치가 맛있게 익기를 기다리던 전통먹거리는 거의 모두  슬로우 푸드다.  음식재료를 갖은 양념으로 미리 재우고 숙성시켜 맛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조리하는 우리 음식들, 오래 삭힌 젓깔과 된장, 고추장, 삭아서 나는 식혜의 달달한 맛, 꼬리꼬리한 생선 자반의 깊은 맛을 잊어버리고 나면 이 맛있는 음식을 못먹게 되는 우리 애들이 얼마나 불쌍한가.
짭짜름하고 담백하고 고소하고 감칠 맛나고 매콤달콤하고 쌉싸름하고 꼬리꼬리하고 입천장을 데면서 먹는 개운하고 시원한 맛은 제대로 조리해서 일정 시간동안 숙성되는 시간을 기다려서 자연이 그 맛을 준비해 줄 때 비로소 입에 넣을 수 있는 우리의 유전자에 찍혀 있는 조상이 물려 준 맛깔스러운 음식들의 맛이다.  이를 누구 손으로 우리 애들 입에 넣어 그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줄까. 
식당에서 손 쉽게 사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정신차리고 있어야 느긋하게 느리게 사는 삶의 지혜를 익혀 멋있는 인생을 추구 할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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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푸드운동선언문: 1989년 11월 9일 프랑스 파리의 코믹오페라에서 채택)
산업 문명의 이름 하에 전개된 우리 세기는 처음으로 기계의  발명이 이루어졌고, 이후 기계를 생활의 모델로 삼고 있다.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되었으며, 우리의 습관을 망가뜨리며, 우리 가정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우리로 하여금 패스트푸드를 먹도록 하는 빠른 생활 즉 음흉한 바이러스가 우리 모두를 굴복시키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에 상응하기 위해서 사람은 종이 소멸되는 위험에 처하기 전에 속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보편적인 어리석음인 빠른 생활에 반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질적 만족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미 확인된  감각적 즐거움과 느리며 오래 가는 기쁨을 적절하게 누리는 것은 효율성에 대한 흥분에 의해 잘못 이끌린 군중에게서 우리가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방어는 슬로우 푸드 식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역 요리의 맛과 향을 다시 발견하고, 품위를 낮추는 패스트 푸드를 추방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이름으로, 빠른 생활이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우리의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진취적인 해답은 슬로우 푸드이다.
진정한 문화는 미각을 낮추기보다는 미각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는데는 경험, 지식, 프로젝트의 국제적인 교환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슬로우 푸드는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 슬로우 푸드는 그것의 상징인 작은 달팽이와 함께 이 운동이 국제 운동으로 나아가는데 도울 능력을 갖춘  다수의 지지자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