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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7일 (화) 19:08
이 나이까지 화가로 산 까닭은

지난 6월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백원갤러리에서 미수초대전을 가졌다. 겸해서 나의 화업 65년을 기념하는 '들꽃, 들꽃의 향연' 전시회였다.

남산 문학의 집 2015 8

금동원  (한국화 화가)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하면 전시회에 온 사람마다 "아직도 그림을 그리시네요."한다.  그럴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팔자소관이지요."하고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지난 6월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백원갤러리에서 미수초대전을 가졌다. 겸해서 나의 화업 65년을 기념하는 '들꽃, 들꽃의 향연' 전시회였다.

어쩌다 9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지난 시절을 되새김질할 때가 많다.  꿈 많던 시절 그림을 만나게 되었고 그림을 열심히 그리다 보니 그림을 사랑하는 경지에 빠져버렸다.  내가 들풀, 들꽃, 옛 시골 초가 풍경이나 산야를 그리면서 그 정서를 사랑하게 된 것은 그것들의 영혼을 알았다는 것이다.

외로운 영혼들과 연애를 하다 보니 그것들을 사랑하면서 그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들로부터 위로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품에 내 영혼을 집어넣는다고 열심히 파고 들었지만  그것들을 묘사하면서 그 작업 자체에서 평안과 위로를 받아 결국 내가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평생을 매달려 온 사랑하는 그림과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1950년 조선서화협회 주최전에서 최우수상인 이왕가대상(李王家大賞)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화가로 진로를 잡게 되었다.  이어서 1958년에 당시 동아일보 문화부장이던 이상로시인의 청탁으로 동아일보에 글과 그림이 실렸고 이동주시인, 박경용시인들과 시화전도 가졌고 이응로화백을 만나 본격적으로 그림공부를 한 것이 오늘까지 화가로 살게 하였다.  그 후 뉴욕으로 가서 살면서 개인전도 갖고 이따금 고국에 와서 개인전을 열면서 나름 참 바쁘게 살아왔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내 작은 아들이 미국 동부지방 자그마한 마을에 살고 있을 때 나는 가끔 그 속에 들렀다.  어느 날 그 곳 밀밭에서 석양 노을을 바라보다가 그 광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넋을 놓고 황홀경에 빠져 버렸다.  온 세상이 빨갛게 불타는 것 같은 환상 속에서 나는 희미하게 열린 그 길로 멀리멀리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 아름다운 길이 우리가 염원하는 천당 가는 길이 아닐까.  그 곳 어디선가 장엄하고도 환상적인 전당이 나올 것 같은 환각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모차르트의 레큐엠이 울려 퍼지고 남녀 혼성합창이 천상의 소리로 크게, 때로는 점점 멀어지는 듯이 들려 왔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어린 천사들이 붉은 구름 속에 노닐고 있는듯이 보이기도 했다.  한참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 마을에서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였다.  가까운 이웃에 사는 대농가 중년 부부가 아이를 낳지 못해서 한국에서 4명의 어린이를 입양하여 정성으로 키우면서 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바쁜 중에도 네 명이나 열심히 돌보고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후에 생각해 보니 그 미국인 부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아 부면서도 오히려 자신들의 위안과 행복을 얻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랜 외국 생활의 여러 가지 추억과 함께 이따금 떠오르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그 고마운 미국인 부부가 그리워진다.

올해는 88세 미수전(米壽展)도 열었고 8월 한달 「문학의 집·서울」전시실에서 작품전도 갖게 되어 너무나도 행복하다.  나는 젊을 때 타국에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듯이 오직 예술을 즐기며 살아 온 내 그림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기쁘다.

<삶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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