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 글씨 석 자가 어찌나 멋있게 잘 되어 있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쳐다보니, 추사(秋史)선생의 친필로서 뵐까말까하게 완당(阮堂)이라 쓰여져 있다. 한적과 오묘함을 자아내는 이 산골의 초암(草庵)은 어찌나 바람이 센지 여승들도 왔다가는 얼마 못살고 떠나곤 하는 곳으로 옛날에는 여승 뒤에 호랑이가 뒤따르고 있었다고 할 만큼 심산유곡이다.
신발을 벗은 다음 큼직한 돌로 눌러 놓고 방으로 들어간다는 노승(老僧)의 모습 또한 이채롭다.

무한히 화려하고 맑은 설산(雪山) 속에 빨간 셔어츠에 빨간 바지 차림의 내 모습이 아름다웠는지 까마귀 세 마리가 까악깍 울어대며 이따금씩 나를 따랐다.
소나무에는 흰꽃이 만발하여 까마귀가 유난히 눈에 띈다.

1962년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