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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惑, 知天命, 耳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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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3월 19일 (월) 02:25
미시감각(微視感覺)

이렇게 작은 세상까지 보이는 나이가 나는 좋다.

요즘 말만 꺼내면 주변에서 나이 먹은 탓이라고 매도 당하기 일쑤이다.

식당에서 유리문 뒤에 놓인 신문을 집는 데 유리문 있는 것을 모르고 이마로 들이 박아 고생할 때도 딸네미와 술래잡기하다가 다리가 엉켜 넘어져서 한 동안 고생할 때도 모두 나이 탓이라고들 한다.

조금만 불편해 진 것을 토로하면 모든 정답은 나이 탓이라니 입도 벙긋 못하겠다.

부모님에게 받은 몸뚱이가 워낙 품질이 좋아서 이제껏 운동이라고는 담 쌓고 살아도 신진대사가 잘 되어 먹고 싶은 기름덩어리도 싫컷 먹고 입 맛에 안맞는 것은 몸에 좋다고 해도 쳐다 보지도 않고 잘살아 왔는 데 하던 사업이 삐끗하면서 생긴 당뇨가 삶을 돌아 보게까지 한다.

하던대로 책상 앞에서 컴퓨터하고만 며칠 동안 지내다 보면 온 몸에 독()이 가득 차오르는 게 느껴지며 이렇게 대충 언제까지 살고 싶냐고 온 몸 구석구석에서 협박까지 하면서 물어 온다.

온갖 궂은 것 모두가 나이 탓이라고들 하지만 요즘 나이 들어 새롭게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있어서아주 많이 좋다.

어릴 때부터 짐승 키우는 것이 좋아 종달새 새끼부터 고양이, 강아지, 송사리, 미꾸라지, 모래무지, 병아리, 낚시로 건진 붕어, 피라미, 개구리, 올챙이와 이름도 모르는 미물까지 모두 반려동물의 반열에서 친분을 평교 수준으로 나누었지만 마루에 있던 화분이나 뜰밖 꽃밭에는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아예 없었다.

기껏 한여름 캠핑가서 하늘 아래가 논, , 산 뿐 아니라 잡목이 우거진 눈길 닿는 곳이 온통 짙은 녹색으로 가득 찬 것이 좋았던 것 정도가 풀과 나무들이 있어 좋다는 것을 기억할 정도이었다.

그런 내 눈에 화분에서 치열한 삶을 보게 되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참새 혓바닥 같다고 작설차(雀舌茶)라는 이쁘디 이쁜 차명만큼 이쁜 연노란 새순이 잘 안보여 안경까지 벗고 가까이 들여다 보는 재미가 어항에 넣어 둔 송사리떼가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 보던 것만큼 시간 죽이는 취미가 되었다. 

화분 가운데 좌정하고 앉아 물을 제 때 안주면 짜증을 부리고 흠뻑 물을 주고 나면 이내 바짝 고개를 들고 하는 소리가 마침 목 마른 때 물을 바치니 수고 했다라고 도도하고 건방지게 칭찬을 해 주는 것이 제법 양반스러워 귀엽다.  단단한 줄기 껍질을 비집고 삐져 나온 노란 순이 내공을 쌓아 연두색으로 진한 녹색이 되면서 어른스러워지는 모습이 눈에 보이게 된 게 너무 좋다.

개나리가 피었다.  어릴 때 학교 앞에서 사 온 노란 병아리가 개나리 울타리 안에 숨으면 안보이던 생각이 날 정도로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다. 

이렇게 작은 세상까지 보이는 나이가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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