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우연히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동료에게 이끌려 점을 쳐 본 적이 있다.  말도 안했는 데 자신이 교통사고로 거의 죽을 뻔 했던 것을 맞추더라고 놀라 자빠질 뻔 했다는 말과 단골식당에서도 가깝다고 해 손목을 붙잡힌 채 끌려 가 본 것이 벌써 20년 전이다.  20년이 지나니 당시의 나눈 말들은 거의 기억할 수 없는 데 유독 내게 역마살이 3개가 끼었다는 것과 물 건너가서 살 팔자라는 말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콧구멍에 바람이 안들어 가면 온몸의 기운이 시들해 지는 것과 태평양 건너 와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을 그야 말로 말 한마디 나누기 전에 맞춘 것이 꽤 신기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살다 보니 여러 차례 남미 여행을 무작정 다녀 온 적이 있었다.  다른 지역보다 생소한 자연환경과 문화배경에 따른 생활방식과 오랜 식민지 역사유적들이 여행지로 매력적이고 경제수준이 낮아 여행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무작정 떠나기에 좋았다.  잉카, 마야 문명의 유적과 오랜 스페인 식민지의 문화유적이 볼 만하고 스스로 쟁취한 독립역사에서 지식층의 자부심을 볼 수 있는 것도 미국생활의 쳇바퀴 생활에서 벗어 나게 해주는 청량감이 있는 곳이다. 

인신공양이 실행 되었다는 유적지 설명에서 신에게 바쳐 지기 위해 스스로 최고의 용사 선발과정을 통해 뽑혀 자신의 심장을 바쳤다는 믿기 어려운 당시의 신앙심과 또 다른 죽음의 모습으로 박물관에 진열 되어 있는 옛 무덤에서 발굴 된 순장 노예의 미이라들은 거의 모두 두개골 뒷부분에 둔기를 맞고 사망 해 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면서 죽음을 맞이 할 때 자부심을 가지고 죽은 용사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죽음을 끝까지 거부하던 노예들의 삶의 간격이 지금도 시시때때로 머리 속에서 떠 오르면 책상에 앉아 일하던 중에도 허공에 끝없이 동심원을 그리는 Killing Time의 휴식을 주기도 한다.

남미의 빛 바랜 과거의 영광과 조금 시원해 지는 밤이 되면 길가에 모여 밤 늦도록 몸을 흔들며 춤추는 낙천적인 서민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은 우리의 예전 모습과도 비교 된다.  이웃이 모두 가난해 상대적인 빈곤감마저 느끼지 못하고 따뜻한 속정으로 모자란 곳을 채우던 시절이 그리우면 남미의 시골을 찾으면 된다.  자급자족의 생활이 주는 따뜻한 웃음과 배려가 아직도 넘치고 있다.  그들이 가진 열악한 자연환경과 경제력으로는 살아 낼 수 있는 삶의 에너지가 예전의 우리가 살아 낸 과거처럼 함께 나누고 배려해 주는 것이니 그 들의 웃음의 향기가 진할 수 밖에 없다.  아마존의 원주민처럼 눈만 뜨면 마을 전체가 모여서 일하고 먹고 웃고 떠드는 세상이 그리울 때 노후대책으로 그 들 마을에 집 하나 지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지만 그런다고 그 들 원주민의 웃음을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남미여행에서 만나는 오래 된 큰식당과 민박집 저택에서 당시에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잘 살았던 흔적과 현재 서민들의 고단한 경제생활을 보면 오늘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이 박정희 시대에 흘렸던 땀과 고통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 지 느낄 수 있다.

4·19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주도권을 미처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이미 정국의 주체가 된 학생들과 진보세력이 데모로 그 들의 뜻을 관철하려던 혼란한 상황으로 대중의 욕구가 외면되고 현실의 변화를 준비할 힘은 모을 수도 없어 절망하고 있을 때 경제민족주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낸 박정희 정권에게서 당시의 한국은 희망을 만들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정희시대에 매일 볼 수 있었던 ‘민족중흥’, ‘생산적 국민’, ‘승공통일’(선평화·후통일) 현수막을 꺼내 남미에 수출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처 못챙긴 함께 나누는 이웃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태어날 때 우리와 같은 몽고반점을 가진 남미 원주민과 상생의 시대를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