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어항에 금붕어 한 놈이 혼자 살고 있다.

지난 겨울 건조한 실내에 가습기 역할을 바라고 만든 커다란 사각 물통에 수중모타로 간단하게 여과기와 물을 돌려서 산소 공급이 되도록 장치를 한 최소 조건으로 대충 어항이라고 하기에도 멋적은 물건이다.  그 동안 애완동물 가게에서 몇 가지 다른 종류로 거의 백 마리도 넘게 사다 넣었던 것이 튀어 나와서 말라 죽은 놈부터 먹이를 너무 줘서 죽은 것 같은 놈, 물을 오래 안갈아 주었더니 같은 날 한꺼번에 배를 뒤집고 유명을 달리 했던 놈들, 먹이를 안주었더니 큰 놈에게 대가리만 남기고 뜯겨 죽은 놈 하나 씩 줄어 가더니 두 달 전부터는 한 놈만 남아 하루 종일 우두커니 바닥에 가라 앉아 도를 닦는 도사처럼 움직임이 거의 없이 종일을 버티고 있다.  먹이를 줄 때나 떠올라서 식사를 부산하게 할 뿐, 평소에는 바닥에서 도를 닦다가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어항 바깥 쪽으로 몇 바퀴 돌아 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로 참으로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 할 정도 이다.

금붕어와 함께 인생을 논 할 수야 없지만은 하릴없이 물 속에 잠겨 심심해 하는 놈을 보고 있자니 어릴 때부터 집에서 키웠던 개새끼, 고양이새끼, 종달새새끼부터 십자매, 잉꼬, 문조, 호금조를 비롯한 새들,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닭들을 생각하면 내가 책임졌던 목숨들이 꽤 많았었다.  재미로 붙잡아 들여 놓았던 놈들은 모두 내가 인정 할 만큼 타고 난 수명을 못 누렸기에 새삼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이 기분이 참으로 씁쓸하다.
그 놈들 모두 먹이를 책임 지고 있던 나의 기척을 느끼면 기뻐 해 주던 놈들이었는 데, 나는 그 놈들에게 무엇이었던가.

내게 함께 살고 있는 식구가 있고, 만나는 이들이 함께 사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있고, 그 동안 여기저기 다녀 본 땅과 물로 되어 있는 지구의 껍질이 있고, 가끔 올려다 보는 하늘이 있듯이 어항 속에서 그 놈이 돌아 다니는 물속 세상에서는 물 밖에서 드려다 보는 내가 몸 담고 있는 이러한 지구 껍질과 하늘은 무슨 상관이겠으며, 그런 생각은 다시 하늘 밖에서 나를 드려다 보는 다른 시선을 없을 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꼬리를 무는 아주 심심한 시간에 이어지는 생각은 금붕어가 물에서 뛰어 나오면 죽듯이, 나는 물 속에 뛰어 들거나 지구 밖으로 동댕이 쳐 진다면 죽듯이 금붕어에게 나의 존재가 있고, 그러면 나의 존재는 금붕어 같이 또, 그러면, 그렇다며, 그래서?

그러다 오늘은 뭐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