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명동 성당에 다니며 자랐다.
그때 신부님한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다.
어느 동화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나라의 임금이 나라 안의 모든 어린이들을 불러 모아 그들 각각에게 꽃씨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 꽃씨를 가꾸어 예쁜 꽃을 피어서 가져오면 상을 주겠다고 하였다.
어린이들은 모두 그 꽃씨를 받아 가지고 돌아가서 각기 정성을 다하여 가꾸었다. 그 씨앗들은 싹이 잘 나오고 잎이 돋아 여러 어린이들의 마음을 곱고 아름다운 꽃 피우려는 생각으로 가득하게 하였다. 꽃이 다 피자 어린이들은 자기대로 키운 꽃을 가지고 임금님한테로 갔다.
찬란한 꽃의 품평회이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꽃이 없는 흙만이 담긴 분을 들고 왔다.
임금님은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아이는 꽃씨를 가지고 돌아가서 보드라운 흙에다 꽃씨를 심고 매일같이 물을 주는 등 아무리 정성을 다하여도 꽃의 싹이 솟지 않더란다. 기다리다 못하여 땅을 파 보았더니 꽃씨가 썩었는지 딴딴한 채 파묻혀 있음을 알게 되어 실망한 나머지 빈손인 채 올 수는 없고 하여 정직하게 분만을 가지고 임금님에게 왔다는 것이었다.
사유를 다 들은 임금님은 그 아이를 칭찬하고 상을 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 나누어 준 꽃씨 속에는 꽃씨 아닌 한 알의 쇠로 만든 꽃씨를 일부러 섞었던 것이다.
사실은 임금님이 정직과 성의를 시험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1959년 소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