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큰 일이나 작은 일이나 약속의 존엄성을 생각하고 싶어요.
나라를 다스리는 분들이 쓴는 '선거공약'이니 「혁명공약」 또는 저 삼일 운동 당시 우리 동포들이 다 함께 싸울 때 지키고자 한 행동 강령의 「공약 3장」이 있지요.
여러분들은 친구들 사이에 다정하게 다짐하는 약속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여하한 일이 없는 한 꼭 지켜야 하는 것이며 약속에는 먼저 한 것과 나중에 한 것이 있지 않겠어요?
다음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약속의 존엄성을 말하고 싶어요.

이것은 유명한 사람의 예인데 여러분 잘 읽어 보셔요.

어느 날 , 어떤 소녀가 길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것을 본 한 신사가 "너 왜 울고 있니? 엄마한테 꾸지람이라도 들었니?"하고 물었지요.
그분은 바로 영국의 유명한 장군인 '네이피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소녀는 "아녜요, 저것 때문에..."하고 길바닥을 가르켰습니다. 거기에는 큰 접시 하나가 떨어져 있지 않겠어요. 그것은 들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점심을 가져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처럼 떨어뜨려 깨뜨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럼 내가 돈을 줄 테니 새 것을 사 가지고 가거라."하고 '네이피어'장군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고 찾았을 때 공교롭게도 가진 돈이 없었어요.
"아, 이런! 마침 돈이 없으니 내가 집에 가서 곧 가져다 주마"하고 집으로 돈을 가지러 갔을 때는 그에게 무척 초래간만에 친구가 찾아와 있지 않겠어요. 그 친구는 긴히 할 말이 있으니 함께 나가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시간에는 소녀에게 약속하고 온 일에 지장이 있으므로 '네이피어'장군은 난처하여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장군은 오래간만에 긴한 볼일로 찾아온 다정한 친구였으나 길에서 소녀와 약속한 일이 있으므로
"경애하는 형이시어, 대단히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지금 선약을 이행해야 할 터니니 한 시간 뒤라면 좋겠는데..."하고 돈을 가지고 길에서 울던 소녀를 만나려고 나갔다고 합니다.

1963년 소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