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森羅萬象)의 아름다움이 가장 많이 깃든 여름에는 마음이 부풀대로 부풀고 들떠, 그림 그리고 앉아 있을만한 수양이 아직 내겐 부족하다.

풍경화를 지양하는 나지만 여름 풍경을 그리고자 하는 것보다 차라리 벅찬 기분으로 대자연을 노래하고 창조주의 위대함을 새삼 찬미하며, 녹음 우거진 화려 강산에 묻혀 삶을 혹은 청춘을 즐기는 것이 훨씬 유쾌하고 보람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저 동해의 명물 섭(홍합)이라도 따서 구워 먹고 지져 먹고 볶아 먹으며 볕을 쬐고 해녀 구경 하는 것도 새로울 것이요, 가난하나 순박한 어촌 색시들에게 유행가라도 가르쳐 주며 함께 따온 섭을 곱게 말려 가져오는 기쁨도 있으리라.

여름의 어촌 색시들은 한층 저 진귀한 놀음으로, 아름답고 드넓은 수평선을 바라보고 유유히 일하며 놀 수 있는 섭따기에 하루 해를 보내느라 바닷가 바위 틈과 틈에 살고 노을과 더불어 귀가한다.

1962년 소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