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키우는 새를 보고 있다.

가끔 모이를 주다가 문을 열어 놓고 깜빡해도 밖으로 나올 궁리도 없는 놈들이다.

새장 안은 그들의 세상 전부이다.  매일 아침 한 번 주는 좁쌀과 물, 상추 잎 한 장으로 하루를 지낸다.  아침에 물통에 새로 물을 바꿔주면 냉큼 덤벼 들어 목욕부터 한다.  목욕을 할 때는 나중에 마실 물을 걱정하는 법이 없다.  모이를 주면 배가 찰 때까지 야무지게 오물거리면서 껍질을 벗겨 배를 채우는 데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상추 잎을 꽂아 주면 대충 뜯어 먹는다.  아껴서 나중에도 먹을 수 있도록 끝에서부터 먹는 법도 없다.  앉은 자리에서 쉽게 뜯어 먹다가 덜먹은 채 바닥에 떨어지면 거들떠 보는 법이 없고 다시 상추가 생길 때까지는 잊고 산다.  하늘을 나는 새가 농사 지어 먹고 사냐면서 자신도 새인 양 자연 속에서 무위도식으로 게으름 피면서 잘난 체하던 옛선인(仙人)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삶을 사는 놈들이다.  욕심도 없고 내일의 걱정도 안하는 자족(自足)으로 도통(道通)한 무위(無爲)의 도사(道士)들이다.

이 놈들은 시간도 스스로 안다. 전등을 켜 놓아 방안이 환해도 저녁 때가 되면 새장 안에 걸어 준 짚으로 만든 보금자리에 들어 온 종일 새장 안을 휘젓은 피로를 풀면서 쉰다.  새벽이 되면 아직 깜깜해도 튀어 나와 횟대에 앉아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은 우리가 매인 첫 번째 족쇄이다.  밥 먹는 때, 배설 해야 할 때 같은 생리 욕구는 나름대로 시간을 정해 거부할 수 없는 절대복종을 관철한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하루가  환하면 밭에 나가고 깜깜해지면 들어 와 드러누워 쉬는 밤낮의 구별로 가늠하고 농사에 필요한 24절기가 오히려 중요하였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농사짓는 시골이나 고기 잡아 사는 바닷가 마을에 가면 해 뜨는 시간, 민물과 썰물시간 등이 빼곡하게 적힌 책력을 달력같이 사용하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 성문을 열고 닫는 시간 외에는 약속시간도 아침에 만나자,  점심 먹고 만나자고 하는 식이었으나 남대문역이 생기고 기차가 다니게 되면서 생활 속에 시간 개념이 파고 들었다고 한다.  미국도 시간이 중요하게 된 것은 역마차와 기차 운행시간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 데 지금의 표준시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마을마다 표준시가 달라 역마차와 기차를 타게 되면 정거장마다 시계를 새로 맞추어야 했다고 한다.

웰빙이 옛 시절의 유기농산물을 먹고 환경을 파괴하지만 아주 많이 편리한 최신형 생활 이기(利器)보다 친환경이지만 불편하고 힘이 드는 생활방식으로 돌아 가는 것이라고 한다.   새처럼 욕심없고 대책없는 삶의 방식으로 우리 모두가 공동생활체를 이루면 살기 좋은 웰빙 세상이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공동생활체에 무슨 문화가 깃들까.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들 처럼 휴대폰 대신 모두들 산에 들어가 내공을 쌓아 전음(轉音)을 배우고 자동차 대신 경신술을 배워 무협영화에서 처럼 지붕위로 날아 다녀야 할 것 같다.

새장 속의 새들이 우리가 막연하게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있다. 

에헤. 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