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씨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않는 법 ―.
꿀벌이 인공적 향기를 싫어하듯 나도 인간 속세를 좋아하지 않는가 보다.
모든 생활뿐 아니라 감정마저 잃어가는 메마르고 삭막한 황무지 속에서도 아직 한 줄기 생명의 흐름이 있다면 신록(新綠)이리라. 신록(新綠)이란 말은 글자만 보아도 눈 앞이 시원해지며 잔잔한 매혹(魅惑)과 더불어 동경의 세계로 나를 실어간다. 왜냐하면 그 생명이 너무도 짧은 까닭에.

신록(新綠)의 보금자리 ―
떨어져 굴러도 상처 하나 아니 입을 것 같은 저 법주사 문장대의 전망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저 세상 가는 길 문턱]이라 불릴 만큼 소문난 선경(仙境)임에 틀림없다.

날개가 있다면 지금 그 곳으로 날아가고 싶구나.

1961년 대한일보: 신록(新綠)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