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봄비속에 흐릿하게 나는 아카시아꽃 냄새

봄비가 꼭 장마비 처럼 아침부터 내리는 오늘 저녁, 나는 베렌다에 앉아 내리는 봄비의 비릿한 냄새에 취하다 보니 아련히 어린날의 냄새가 기억 났다.

나의 어린 시절, 국민학교(초등학교는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 부르는 이름이고, 난 국민학교를 다녔으니...) 다니던 시절 우리집은 성북동에 있었다. 

요맘때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는 길, 보성학교 담장길을 따라난 언덕길을 걷다 어느날 진한 아카시아 향에 취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보성학교 담장 위로 올라가 담장위로 뻗은 아카시아꽃을 따서 한~입에 넣고 먹으면서 담장 아래에 있는 친구에게 던지면 그 친구는 내가 던져주는 아카시아꽃을 책가방에 빵~빵 하게 넣었다가 좀더 걸어서 경신학교를 지나면 나타나는 만화가게겸 구멍가게에서 같이 만화를 보며 아카시아꽃을 신나게 먹었다.

요즈음, 공장을 가는 길을 가다 보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아카시아꽃을 매일 보면서도 별 생각이 안들다가 오늘 저녁 비릿한 봄비 내새에 불현듯 어린 시절의 아카시아꽃 냄새가 생각나 한마디 쓴다.

성기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