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가 세탁소를 하면 흰둥이 옷 검둥이 옷 할 것없이 당신 손으로 다려서 바쳐야 될 것 아니예요 당신 바지 하나 못다려 입을 것 없지 않아요."
아내로서 한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야채가게 부부가 집을 나서며 하는 대화다.
멋모르고 남이 가니 우리도 가보자는 식으로 이민 온 지식층의 인간상이다.
그냥 웃어넘기기엔 너무도 숨가쁜 생활전선이다. 하여간 아내의 이런 말에 아무리 일하기 싫어하는 남편일지라도 결코 화를 낼 수 없는 아내의 귀엽고 솔직한 대화이다.

이렇듯 우리의 주변에서 무엇보다 미국생활을 잘 하려면 잘 알아야 겠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르면 낙오가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일상의 생활규칙에서도 안 배울 것도 많고 실천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은 것 같다. 사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베이콘의 격언이 이럴 때 꼭 필요한 것 같구나. 터득한 것들을 실천하느 데서 나름대로 미국에서의 즐거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봄의 맨하탄 거리를 걸으면서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다 보면 수고의 대가로 달러를 세면서 산다는 즐거움을 음미하고 있는 한국사람을 본다. 물론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도 그들의 분망한 손길을 볼 때 경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곡우절을 한가롭게 보내는 자신이 죄스러워져 빨리 집에 가서 어제까지 그리던 그림을 보다 알찬 작품으로 그려야 되겠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하였다.

미주중앙일보 198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