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 보살피지 않고 급하게 하는 일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일치고 너무 늦었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이른봄 같은 겨울 날씨가 나를 수원 서호(西湖)로 이끌기에 꼬마와 함께 썰매를 가지고 왔다.
수원행 연도(沿道)의 소나무도 볼 겸 이곳에 와 보니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고상한 풍치의 겨울 야외다.
눈앞이 환히 트이는 서호 빙판에서 스케이팅하는 많은 남녀 학생들의 경쾌한 모습과 멀리 보이는 관악산 기슭 아래 줄기만 히뜩히뜩 보이는 미류나무 가지들이 우리 시골 정서 그대로다.

푸근한 마음으로 우리 꼬마 썰매도 밀어 주고 스케치도 한 장 하고 돌아 올 무렵... 어린애 셋을 앞장세워 온 중년부인에게 시선이 닿아 은연중 유심히 관찰하였다.
진짜 살림꾼 아주머니이다. 그런데 때로는 저렇게 멋있는 하루를 보내는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아마도 저런 부인은 할 일을 두고 놀러만 다니지 않겠지. 황벌(黃蜂)은 꿀벌에 비하여 부산스레 시끄럽게 날아다니지만 꿀은 못 만들지 않는다.

우리 인간의 사업도 반드시 일만 하고 초조하게 부산떨며 돌아다닌다고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앞뒤를 잘 헤아려 차근차근 해 나가는 사람의 일는 질적 양적으로 우수할 것은 물론 또 남 보기에도 여유 있어 보이리라.

우리 여성들도 차차 자기 자신과 자녀들의 기분전환, 일의 능률 또는 명랑한 주위 환경 조성을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즐거웠다.

1962년 대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