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우옇게 멀리 낀 아지랑이 속에 노고지리 우짖는 봄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온몸에 스며든다. 아마도 봄은 기다리는 마음에서 오는가 보다.

지난 겨울 추위가 유난히 추웠다는 반발에서일까. 올봄은 유난스레 기다려졌다.
뜰앞 처마 밑의 종달새 조잘대는 우짖음이 귀를 간지럽힌다.
참새만도 못한 옷을 입고도 내심 봄 준비에 바쁜 모양인 이 야조(野鳥)의 보호색은 노랫소리에 비하여 너무도 소박하다. 좀더 따뜻해지면 더 큰 소리로 지절거리겠지―
발정을 시작하는 종달새 소리는 'Cry'가 아니고 'Love Song'이라고들 한다.

이른봄에 울기 시작하여 늦은봄에 딱 그치고 마는 듯한 격정의 노랫소리는 종달새 특징인 동시에 사랑할 만한 생리로서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종달새는 투쟁력이 강하다. 그래서 맞붙여 놓으면, 마치 장터에서 싸우는 아낙네들이 우스울만큼 무참하고 끈덕지게 퍼붓는 불안한 독설처럼, 무섭고도 가련한 가운데 보여 주는 생활력의 강렬한 대결처럼 그 싸우는 모습이 실로 굉장하다.
오르내리며 울어 예는 모습이야말로 봄의 노근함을 풀어주는 영약과도 같으리라. 앞으로 좀더 따뜻해지면 게으른 동네 부인들을 들판에 초대하여, 종달새의 날개짓하며 울어 예는 노래잔치나 베풀까 보다.
그리하여 낮 한때의 교훈으로 무엇인지 배우리라. 그리고 깨닫고 하자고.

1963년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