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Los Angeles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은 Sequoia 이다.

늦은 아침 그릇을 비우자 민지아빠가 식구들을 자동차에 밀어 넣고 길을 잡았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것을 지나치지않고 채워주는게다.

3월중순의 산속은 눈이 키를 넘겨 움직이는 것들을 방정 못떨게 누르고 있었다.  짐승은 주눅이 잔뜩 들어 잦아 들어 아무도 안보였고 나무들은 늠름했다. 

3000년 동안 한자리에서 무슨 생각으로 서 있었던 것인지 엄청난 덩치만큼 나무의 신령한 기운이 서리서리 고여 있는 곳이다.

나무 밑둥에 바짝 다가 서서 고개를 젖히고 위를 쳐다 보고 있으면 신령한 기운이 머리끝부터 하초로 서늘하게 꿰뜷고 지난다. 제발 덕지덕지 떡진 내 몸안 진기가 풀려 맑게 콸콸 흘르게 해주소.

움직임을 멈추고 나도 마른 나무처럼 서있으면 나무가 내려보며 싱긋이 넉넉하게 웃어 주는 것만 같다.

짧은 시간 동안이건만 세상의 먼지를 털어 내고 싱그러운 공기가 폐를 통해 온 몸의 구석구석 세포까지를 가득 부풀어 오르게 한다.

3000년 동안 고여 있는 청쾌한 기운에 기대어 가슴에 얹혀 엉킨 답답함의 실타래 끝을 찾아서 당겨 본다.  너무 가늘어서 끊어질 듯이 실타래는 팽팽하게 딸려 나오면서 뉴욕에서부터 가져 온 답답했던 가슴을 조금씩 비어낸다.

아, 정말 좋다.

3월에도 이렇게 좋은 걸...

성기범
Togetherus Journe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