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엑스포는 여섯 달 동안 각종 세계 기록을 남기고 지난 10월 31일 축제의 막을 내렸다. 여의도 3분의 2 크기의 부지에 190개 국가, 56개 국제기구, 18개 기업관이 설치돼 무려 7300만명이 관람했다. 하루에 103만명이 입장한 날도 있었다. 중국은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63만개의 일자리와 13조원의 직접 관광수입을 창출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한국은 외국 참가국 중 가장 크게 주목받은 국가로 평가됐다. 몇 시간씩 줄을 서서 입장한 관객은 중국관 다음으로 한국관이 많았고, 폐막 당일까지 줄을 서야 하는 유일한 외국관이었다.

한국관은 국가관, 기업연합관, 서울시관 등 3개의 전시관을 운영했다. 국가관은 하루 평균 4만명, 누계 725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산업기술, 그리고 음식과 공연으로 새로운 한류를 일으켰다. 한국기업연합관은 관람객이 470만명이 넘었고 18개국 기업관 중 관람객 수 3위, 외국기업관 중에서는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엑스포기간 동안 한국관을 찾은 총관람객은 1600만명, 경제유발 효과는 7조원이라고 KOTRA가 분석했다.

평균 4시간씩 기다리며 한국관을 찾게 한 '1등 공신'은 한국관 건물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었다. 한글 자모음을 모티브로 형상화시킨 재미건축가 조민석의 설계는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거대한 강익중의 픽셀아트로 꾸민 외벽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3만8000개의 작은 픽셀로써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움은 마치 천 조각 하나하나에 손바느질 수를 놓아 큰 조각보를 만들어 놓은 한국여인의 손재주를 보는 듯했다.

각 픽셀금속판에는 한국적 고유색 위에 한글문자가 담겨지고 그 아래 숨겨진 4만2000개의 LED조명은 빛 속의 한국을 상징했다. 공동 작업으로 창작된 이 아트는 우리민족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시대를 기념할 작품이란 평가도 받았다. 중국 언론들은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10대 엑스포 명소'로 꼽았다.

외관에 끌려 입장한 관람객들은 또한번 각종 볼거리에 매료되어 시간을 잊고 관람에 빠져들었다. 한국관을 빠져나오며 그들이 내뱉은 코멘트는 예외 없이 "몇 시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였다. 테마관 연결 동선에 비치된 키오스크(터치스크린), 옛 동전을 모아 만든 '금란지교 나무', 3D 애니메이션과 퍼포먼스를 결합해서 만든 뮤지컬 형식의 멀티미디어영상 '코러스 시티', 대중음악과 전통음악공연장,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 등 한국관을 찾은 사람들은 건물 밖이나 안에서나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관은 그 자체로써 새로운 한국의 현대문화재가 됐다. 그같은 한국관 조성에는 총 375억의 예산이 들어갔다. 일본관은 한국관의 다섯 배인 1800억을 들였지만 입장객 수는 한국관에 크게 못 미쳤다. 더구나 한국관은 엑스포를 거치면서 그 가치가 수천억원으로도 부족할 만큼 커졌다. 세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 그림 한 점도 몇백억원의 가치가 매겨진다. 한국관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보물이니 그 가치를 그림 한두 점에 비할 것인가.

우려되는 것은 이미 중국이 이 한국관을 욕심내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여러 도시들이 한국 관광객 유치 상품으로 이 한국관을 옮겨갈 궁리를 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들은 1938년 뉴욕의 '클로이스트스' 메트로폴리탄 분관의 사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수몰 지구에 들어간 중세 수도원을 바닥의 돌 하나까지 그대로 옮겨와서 다시 쌓아놓고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은 한 도시의 관광을 획기적으로 주도할 큰 자산이 될 수 있고 거기서 발생되는 재정수익은 몇 개의 산업시설에 비할 바 아니다. 반드시 울산으로 옮겨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문화관으로 운용했으면 한다.

마침 2012년은 울산공업단지조성 50주년이다. 마을 전체를 공장부지에 흔쾌히 제공하고 수십년간 공해 속에서도 국가 발전을 위해 협조한 울산시민에게 정부가 엑스포 한국관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면 안될까? 울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놀라는 한국의 산업발전의 기적을 기념할 대표적인 도시이지 않은가. 울산 정치인들이 합심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냥 요구하기가 뭣하면 울산시가 예산 일부를 내놓고, 시민들이 성금을 모으는 정성이라도 보태면 어떨까. 당장 결정이 어렵다면 "울산이 간곡하게 원 한다"는 의견이라도 먼저 제시하자. 그래야 곧 있을 치열한 유치경쟁에 한 발짝이라도 앞서갈 수 있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조선일보 [울산] [태화강 통신] 2010.11.16

게재일: 2011년 01월 07일 (금)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