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운전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지기도 했지만 워낙 다니는 것을 좋아 하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길을 섭렵하게 되었다.  물론 장거리 운행을 전문으로 하는 트럭운전기사에 비하면 많지 않겠지만 미국 길에서 느끼는 미국의 덩치는 나름대로 몸으로 겪어 봤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엽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농업에서 공업으로 경제의 중심축이 옮아 가던 미국의 도시들이 지도에 줄을 긋고 구획을 정하고 새로운 계획과 그에 맞는 제한 조건을 만들어 합리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대개의 부동산 법을 보아도 부동산의 등록을 관공서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도 인구에 따라 시기가 다르지만 그 즈음 법을 정해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길은 특징이 대부분 합리적인 코드(Code)로 정리 되어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모르는 길도 당황하지 않고 찾아 갈 수 있도록 잘 정리 되어 있는 점이다.   숫자와 알파벳으로 순차적이고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짝수 홀수로 구분해서 코드화 시켜 길 명칭만 보아도 좌표가 짐작되어 목적지에 접근하기 쉽게 되어 있는 점이 미국에 처음 온 한국인에게는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게도 한다.  쉬운 길을 어려울 것으로 지레 짐작하다 보니 이렇게 쉽게 정리 된 도로 구조를 어려운 구조로 생각하고  겪게 되는 헛수고의 단계를 거치는 때문이다.

대부분의 도시는 동서 두지역으로 또는 동북, 서북, 동남, 서남지역으로 4 등분하고 나뉜 지역의 중심축이 되는 길을 중심으로 지번을 정하는 데 길의 한편은 짝수로 건너편은 홀수로 나누어  놓아 지번만 보고도 도시의 어느 지역에 위치한 곳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도로의 명칭도 주의 경계를 넘어 대륙횡단, 종단을 할 수 있는 도로부터 시골 길까지 남북으로 가는 도로는 홀수, 동서로 가는 도로는 짝수, 길의 명칭인 숫자도 한 지리, 두 자리, 세 자리 숫자의 자리 수로도 지방도로의 규모, 우회도로가 연결되는 큰 도로의 연계 등등이 모두 도로 이용자들이 스스로 짐작할 수 있게 규칙에 의해 정해져 있어 넓은 대륙을 종횡무진 하는 데 불안감이 없다.

바둑판같이 반듯하게 그어 놓은 도시의 도로 위에서 이리 저리 뛰다보면 이러는 것이 미국에서의 삶인 것 같고 그러다 보면 때때로 불쑥 느껴지는 까닭모르는 갑갑증과 어디로인가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것이 있는 데 이에는 분명히 연관이 있다. 
남이 정해 놓은 길에서 정해 놓은  대로 살다 보니  자연 속에서 들로 산으로 길을 만들고 싶은 야성을 누르고 살기  마련이니까.  70년대부터 불어 온 미국이민 붐에 얹혀 와서  평생을 미국 길 위에서 수고한 이민1세들이 생활전선에서 뒤로 조금 물러나 인생의 즐거움에 지친 몸을 적시고 허전한 속을 맛있는 것으로 골라 채울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