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2017.11.19 (일)
정자나무 칼럼
문화칼럼
여행 칼럼
不惑, 知天命, 耳順
> 칼럼 > 미술칼럼
2010년 07월 16일 (금) 08:30
두메노인과 아이

나도 요사이 느끼는 일이지만 자꾸만 남성들에게 대한 실망이 짙어짐을 슬퍼해 본다.

앞이 툭 터진 산 언덕배기로 급히 얼마 안 걸어 초가삼간집 마당의 광경이 눈에 뜨인다.   하얀 긴 수염의 노인과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그리고 병아리 세 마리 등,  정답게 어울려 놀고 있는 그 위에 제비 한 쌍이 땅에 스칠 듯이 날아갔다  날아오고 있었다.

화창한 초 여름의 청향(靑香)이 넘쳐 흐르는 산풍경의 적막가를 그저 지나가다말고, 마무래도 무엇인지 애석함에 가던 길을 되돌아서 우정 그 곳으로 가까이 가서 노인에게 말씀 좀 묻자고 하였더니 기꺼이 반기는 기색이었다.  길 가는 손님이니 잠시라도 마루에 올라 앉아 쉬어감이 어떠하냐면서 심심 하던 차에 잘 왔다는 듯이 산골 산꼭대기에 사니 사람이 그립다고 한다.  노인의 진실된 말씀에 동화되어 나도 역시 가는 길이 별로 급하지 않아 마음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자 노인은 묻지도 않은 자기 소개를 이렇게 하였다.  17 때 중이 되어 51세까지 여자를 모르고 불경만 공부하다 지금은 73세로서 할머니 하고 두 식구뿐이라고.  역시 그도 불교 분쟁에서 밀려나와 절 밑에서 겨우 그날 그날을 쓸쓸히 부처님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데 보름 전 어느 날 저녁 때, 아기 업은 여인이 와서 이 아이를 두고 갔다는 이야기였다.

그 여인은 40세쯤 되는 엄마로서 신이 내려 무당 짓을 하는데 아이가 가로 걸려 두고 가니 부디 잘 키워 주실 줄 믿고 간다면서 수십 군데 염탐하여 겨우 이 곳을 찾아냈다고 하더란다.  아기 엄마의 독실한 심정을 들려 주는 노인의 얼굴은 경련까지 인다.  부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호적까지 올렸다고 한다.

인연이 심오(深奧)하니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잔심부름 바라지를 하게 되었지만 괴롭진 않다는, 노인의 자식에 대한 동정과 애착심은 대단하였다.

나는 잠시 남의 일 같지 않게 눈물이 핑 도는 것을 꾹 참았다.

누구나 엄마 마음은 마찬가지인데 그 얼마나 가슴 아프게 보고 싶을까.  아들놈이 튼튼하게 잘도 생겼던데 여자 마음만 애태우고 아빠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어찌하여 세상은 아니 한국 사회의 여성은 그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많을 까.  그 아이의 아빠는 이성도 의리도 없는 나쁜 사람이었나 보다 하고 내 멋대로 상상을 빙빙 돌려 봄이 당연하였던 것이다.  인간에게서 이성(理性)이 마비되면 동물과 무엇이 다르랴---

나도 요사이 느끼는 일이지만 자꾸만  남성들에게 대한 실망이 짙어짐을 슬퍼해 본다.  먼저 교통비가 오르면서 정류장 바뀌는 일만 하더라도 그 한 가지다.  너무도 불편함에 짜증이 나고, 더욱 고달픔을 몸소 겪는 일에는 진정 남성들의 무성의에 항거하는 마음이 북돋움을 억제하기 어려웠던 것부터 생각하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는 두메 산골 촌락에 들어가면 누구나 보는 광경이지만, 동네마다 덜렁하게 지어 있는 예배당이 평상시 텅텅비어 있건만, 비오는 날 조무래기들이 비를 죽죽 맞으면서 다 찌그러진 학교라도 찾아 5, 10리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볼 때 덜렁 비워 둔 교회를 쓰지 않을 때는 좀 빌려 주면 어떠할까,  이 나라의 장래와 어린이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어째서 머리를 쓰지 않을까, 하고 이런 일을 뇌까리다시피 생각하니 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노인과 작별 인사를 하고 눈에 보이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못 주고 떠났던 것이다.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구질구질한 생각은 이내 저 하늘 구석으로 몰아내고 마음 가볍게 초여름의 나그넷길을 즐겨본다.

흐르는 시냇물은 논두렁으로 졸졸 흐르고 이곳저곳에서 맹꽁이 합창이 시끄럽도록 꽥꽥, 개골개골, 요란스럽기 짝이 없다.  밭에는 밀과 보리싹이 돋아나와 그 생명의 존엄을 보여주고, 옆구리 땅에는 군데군데 늙은 파대가리 위에 흰나비 노랑나비가 하늘하늘 나고, 내것 네것 구별하는 경계선의 신록을 자랑하는 뽕나무의 멋진 포오즈 위로 종달새 날고, 제비는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실()과 같이 보리 이삭에 스칠 듯이 날아가고 있다.  또는 어쩌면 나를 조롱하듯이지지배배찍찍나는 종달새의 청랑한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먼 산 밑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뻐꾹새의 구슬픈 가락도 들려오곤 하였다.  너무도 화창하고 아름다운 시골길이라 혼다 걷기 아까울 지경이다.  나는 흔쾌한 나머지 노래마저 부르며 좋은 날씨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 못하는 법.  내가 운이 좋아 이런 날의 새파란 하늘 아래 내가 좋아하는 갖가지 연두색을 마음껏 즐기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보리밭의 한없는 소박함과 시골을, 나의 나라를, 온몸에 함빡 느꼈다.  나의 등 뒤로 점점 멀어지는 국형사 산림이 뚜렷하게 뒤돌아 보이는 곳에 이르자, 산나물 장수들이 보인다.

더덕과 두릅 또는 산채(山菜)를 데쳐 뭉친 것들, 향기로운 산진미들을 한 보따리 사서 들고 원주역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커뮤니티
KOREA GALLERY
한미문화원 게시판
한인여행클럽
마을게시판
마을매일장
회사소개 이용안내 이용약관 개인보호정책 제휴안내 광고안내
  TogetherUS.com Inc Copyright(c) 2005 togetherus.com/news All rights reserved.
PO Box 1174 Fort Lee, NJ 07024 Tel: Fax: